"장하다, 우리 딸"
LPGA 투어 신인 이정은은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오브 찰스턴에서 끝난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역전 우승했다.
이정은의 부모는 딸의 우승 소식을 경기도 용인 집에서 TV로 지켜봤다. 대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뒷바라지하거나, 큰 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에 동행하며 응원하는 부모와는 달랐다.
이정은 가족에게는 사연이 있다. 아버지 이씨는20년 전 교통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외동딸 이정은을 골프 선수로 키워냈다. 이정은은 부모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이유에 한동안 해외 진출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은은 신인답지 않은 저력으로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했다.
주씨는 "정은이가 생각보다 혼자서 미국 생활을 잘 해내고 있어 늘 대견하게 여기고 있었다"면서 "이렇게 큰 대회에서 첫 우승을 따내 고맙고, 장하다"고 말했다. 또 "일정한 거처 없이 대회 때마다 숙소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변변한 반찬 하나 보내지 못했다"며 옆에서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주씨에 따르면 이정은은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7년 전관왕을 한 뒤 맞은 2018년 시즌에서 압박감이 찾아왔다. 당시 이정은은 '어지간히 잘해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에 심신이 힘들었다고 주씨는 털어놨다. "미국에 가서도 초반에 우승도 하고 그러면 1년 내내 그런 압박감을 받을까 봐 안쓰러워 우승은 천천히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3라운드가 끝난 뒤에 '엄마, 퍼트가 잘 안 돼요'라고 투정을 부리더니, 끝까지 잘 버텨줘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한국인으로서 열 번째 US오픈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