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하 돼지열병)이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남·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사실을 보고했다. 발병 장소는 압록강 인접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에 있는 한 협동농장이다. 이 농장에선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돼지열병에 걸려 폐사했다.
북한 접경 10개 시·군 농장 긴급방역 안간힘
야생 멧돼지 매개 감염 차단 총력,울타리 보강
음식물 쓰레기 사료 쓰는 농장엔 열처리 당부
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등 5개 시·군 농가 118곳에서는 돼지 20만70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강원도 전체 사육량의 약 40%다.
조형우 강원도 동물방역과 계장은 “돼지열병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로 높아 농가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예방 백신도 없어 철저히 방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김포·파주·연천 등 192개 농가를 긴급방역했다. 인천 강화군은 먹다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농가에 사료를 바꾸도록 권고했다. 중국 등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의 확산 원인이 역학조사 결과 음식물을 열처리 없이 돼지 사료로 사용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이 감염병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했다. 이후 몽골·베트남·캄보디아·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 퍼지고 있다. 감염 돼지는 고열과 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대체로 감염된 개체와의 접촉이나 분비물로 감염된다. 구제역보다 공기 전파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폐사율은 100%로 높다. 인간 전염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
돼지 사료로 쓰이는 음식물 쓰레기도 돼지열병을 퍼뜨리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김아영 충북도 동물방역과 담당은 “바이러스를 가진 햄버거 패티와 샌드위치 찌꺼기를 돼지에게 먹이면 병에 걸릴 수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쓰는 농가에 80도 이상에서 30분간 열처리해 먹이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5월 음식물을 사료로 쓰는 농가 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밝혀졌다고 2일 밝혔다. 부산시는 외국 식료품 판매 업소 점검과 항만 국경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축산 관계자에게 돼지열병 발생 국가 여행을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음식물 찌꺼기를 돼지 사료로 사용하는 농가와 외국인 고용 농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부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