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선 다문화가정이 인력사무소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외국인 노동자 숙식소죠.” 경북 영양군에서 고추 농사 등을 짓는 A씨(50)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A씨가 전한 농촌 마을 인력 공급 시스템은 이렇다. 시작은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이 일손이 부족하자 본국에 있는 친인척을 불러 농사일을 돕게 한다. 이후 한국에 온 이들은 “한국 농촌에서 일하면 200만원을 번다”며 지인들에게 한국 행을 권유한다. 쉽게 설명해 다단계 모집 방식이다.
이때 다문화 가정은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립식 주택을 짓는다. 한국에 입국한 이들은 체류 기간이 만료된 이 후에도 일명 ‘숙식소’에서 머물며 불법체류자가 된다. A씨는 “내가 사는 면 지역에만 다문화가정이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숙식소가 6개 정도 있다”며 “보통 20~30명이 생활하는데 90%가 불법체류자다. 이들은 이곳에서 일거리를 소개받고 식사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 역할 하는 다문화가정
숙식소엔 20~3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생활
이들 중 90%가 체류 기간 만료된 불법체류자
영양=최종권·김윤호·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