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인 30일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에서 수십m 떨어진 유람선 정박장. 다뉴브 강에 가라앉은 허블레아니 유람선과 비슷한 규모인 작은 유람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침몰 현장 정박장 가보니 안전불감증
수십척, 식료품 나르며 영업 채비
구명튜브만 보여…구명조끼 구비 안해
현지 시민 "관광 왔다 희생 안타까워"
정박해 있는 한 유람선 안으로 들어가자 허블레아니 유람선처럼 1층 선실에 식사 등이 가능한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중간에 음식을 놓는 선반이 있었을 뿐 어디에서도 구명조끼는 발견할 수 없었다.
유사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였지만 이들 유람선 직원들은 조만간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람선은 당장 운항할 것처럼 트럭에서 식료품을 실어나르기도 했다.
머르기트 다리에서 만난 현지 주민 베르는 “헝가리 언론에서도 이번 사고 후 구명조끼가 없다는 것이 논란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여기는 바다가 아니고 보통 때에는 파고도 심하지 않아서 구명조끼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에 사는 한 교민은 “다뉴브 강의 소형 유람선에는 구명조끼 자체가 없다. 이번처럼 큰 사고는 이례적이지만, 호텔 수준의 크루즈가 다니는 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여러 번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를 보고 헝가리 당국도 매우 당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헝가리 경찰은 바이킹 시긴 호의 선장인 유리 C를 조사한 뒤 체포해 구금했다. 우크라이나 국적의 64세인 유리 C에 대해 경찰 측은 “치명적인 대량 참사를 일으킨 이번 사고에서 위협적인 운항을 한 혐의가 있다"며 “증거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현지 매체 M1에 밝혔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담장에도 꽃과 촛불 등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을 생존자에게 전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한 책이 포장돼 있었다.
헝가리 당국은 침몰 유람선에 대한 인양 준비도 계속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을 가져다 놨다. 잠수부들이 들어가 선실에 시신이 있는지 검사하고 쇠줄을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물살 등 조건이 맞으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인양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