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투키디데스 함정' 안 빠지려면 미ㆍ중 자제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19.05.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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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제주포럼 둘째날인 30일 '미중관계의 미래를 묻다: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장관, 마틴 자크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선임연구원. 우상조 기자

 
 30일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4회 제주포럼의 ‘미·중 관계의 미래를 묻다: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에서 석학들은 전쟁을 막기 위해 ‘지배 국가(ruling state)’ 미국과 ‘부상 국가(rising state)’ 중국의 최대한의 자제와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주문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 분석에서 따온 개념이다. 새로 부상하는 세력과 이를 막는 지배 세력 간 극심한 구조적 긴장을 말한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2017년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ㆍ중 갈등 상황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재연이라고 설명해 주목받았다.
 

제14회 제주포럼 둘째날인 30일 '미중관계의 미래를 묻다: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에서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이날 세션 발표에서 “역사적으로 지배 국가와 부상하는 국가가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제3자의 우발적인 사고가 소용돌이를 일으켜 전쟁이라는 원치 않는 결과가 벌어졌다”며 한반도를 주목했다. 앨리슨 교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언급한 대로 북한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한다면 김 위원장은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며 북한 핵 문제라는 제3의 변수가 미국과 중국이 전혀 원치 않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앨리슨 교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발적인 사건을 막아 도미노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우발적 사고로 인한 전쟁, 최대한 예방해야"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제2의 한국전 발발 우려도
마틴 자크, "쇠퇴하는 미국의 퇴행적 모습이 우려돼"
리자오싱, "시주석은 인민 원하는 평화 위해 노력"
미 지재권 보호 요구에 "다른 나라의 문화와 권리 존중"
문정인, "투키디데스 함정 피하려면 핵문제, 조속히 해결해야"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저자인 마틴 자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선임연구원은 미국 이전의 패권국가였던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쇠퇴하는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우려했다. 마틴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의 경쟁적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무역전쟁이 끝난 후 미국 경제는 더 큰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쇠퇴 과정에 대해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한 첫 번째 미국인”이라며 “미국은 지금 권위주의로 전환해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고, 미국과 세계의 다원성을 거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행보가 세계에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14회 제주포럼 둘째날인 30일 '미중관계의 미래를 묻다: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에서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주미 및 주유엔 중국대사를 지낸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은 서구의 피해자였다는 중국의 평화로운 발전을 강조했다. 이른바 화평굴기(和平崛起)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리 전 부장은 “정의와 평화, 인민은 승리한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2015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 연설을 언급하면서 “세 가지 중 중국은 인민을 위해 인민이 원하는 평화를 노력한다는 것이 핵심 멘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지식재산권 보호 요구를 염두에 둔 듯 “수천 년 전 실크로드를 개척한 중국은 중국의 문물을 전파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문화와 권리를 존중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 주석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신실크로드 구상) 역시 주변국과 상호 윈윈하고 평등하게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 전 부장은 토론에서 “중국은 전통적으로 군사적 확장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앨리슨 교수는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영토의 확장과 축소를 반복했으며 몽골, 티베트, 신장에서 사람들에게 ‘여기가 중국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라고 반론을 폈다. 마틴 선임연구원은 “과거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의 영토 확장 경향을 볼 때 중국의 최근 행동은 점잖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제14회 제주포럼 둘째날인 30일 '미중관계의 미래를 묻다: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장관, 마틴 자크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선임연구원. 우상조 기자/

세션의 좌장을 맡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한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의 파편을 맞지 않기 위해선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미ㆍ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단

◆제주포럼
남ㆍ북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2001년 6월 ‘제주평화포럼’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전ㆍ현직 국가 수반, 정치가, 학자 등이 모여 평화와 번영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2011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격년으로 열리다 201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1회에 9개국, 350명이었던 참가 규모는 올해엔 78개국ㆍ6400명으로 늘어났다.

 
참석자 6400(명ㆍ사전등록 기준)  
참가국 78
연사 및 토론자 370(명)  
세션 수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