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선 많이 말렸다고 한다. 최 위원장도 긴가민가했던 모양이다. 파문이 커지자 그는 “‘혁신적 포용 국가’ 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얘기”라며 주워 담았다. 그러면서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미안해』의 한 구절을 꺼내 들었다. ‘말들에게 투표권을 줬으면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다.’ 이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사회적 합의’가 절대 기준은 아니라며 슬쩍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금단의 물꼬를 텄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와 한글과컴퓨터 창업자 이찬진이 논쟁에 가세했다. “타다가 택시 면허를 사들여 해결해야 한다”“웃기는 짬뽕” “4차 산업 어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치권도 숟가락을 얹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타다는 불법, 이재웅을 구속수사하라”고 했다. 이런 사회적 논쟁은 꼭 필요하지만, 이재웅의 타다엔 악재다. 이 정부의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논란이 커질수록 혁신보다는 포용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혁신과 포용 사이 눈치만 보다
플랫폼 전쟁 싸워보지도 못하고
미래 먹거리 송두리째 내줄 건가
엄밀히 말하면 타다는 승차 공유 모델이 아니다. 국토부 장관이 앞장서 “우버 형태의 카풀은 반대”라고 하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승차 공유 모델이 어떻게 나오겠나. 하지만 타다가 막히면 승차 공유로 가는 길은 완전히 막힌다. 싸워볼 기회도 없이 세계 플랫폼 전쟁에서 지고 만다. 이런 사정을 국토부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100만 택시업계 관련 표가 무섭고 ‘포용적 성장’이란 국정 철학에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50년 전 경고했다. 유명한 규제 포획이론이다. 기업·압력단체 등에 포획된 정부 규제는 소비자 보호와 사회 편익 증대보다는 경쟁을 막고 혁신의 발목을 잡는 데 자주 악용된다는 것이다. 스티글러는 “규제 포획에 사로잡힌 정부는 혁신으로 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항공·트럭 같은 운송업과 은행업의 신규 기업 진입 금지, 이발사·의사·약사와 같이 면허를 통한 노동 시장 진입 규제를 예로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 국가’를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붉은 깃발’을 꼽았다. 붉은 깃발은 낡은 규제의 상징이다. 마차 시대의 법으로 자동차를 규제했다. 프리드먼이 말한 ‘말들의 투표권’이자 스티글러의 규제 포획이 바로 그것이다. 최종구 위원장이 혁신을 말하면서 ‘말들의 투표권’을 꺼낸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겠다. 행여 그 말이 규제 포획에 갇혀 “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나라를 만들자”는 뜻이 아니기 바란다. 그랬다간 이재웅의 타다 뿐 아니라 나라에도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