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최선의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복지 지출을 늘리는 재정 정책의 경기 대응 효과는 미흡했다. 이러한 정책은 중장기 재정건전성도 저해한다. 선심성 지출보다는 인력 양성, 사회간접자본, 구조개혁과 기술혁신에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 또한, 세율을 낮추어 민간 투자와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조세정책이 필요하다.
재정 확대는 필요하지만
효율적 재정투입과 감세로
고용과 성장잠재력 높이고
장기 재정건전성 유지해야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이미 재정을 확대해 왔다. 정부 지출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7.1%, 9.5% 증액하여 세계경제 위기였던 2009년 이후로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으면 재정적자가 발생하는데, 4대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의 적자가 늘고 있다.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야 하므로 정부부채가 늘어난다. 한국의 정부부채는 IMF 통계로 2018년 725조6000억원이며 국내총생산(GDP)의 40.7%이다. 34개 선진국의 평균인 100.3%와 비교하면 훨씬 낮아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사회복지지출이 빠르게 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정부부채/GDP 비율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IMF와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정부부채는 국가의 직접 채무만 포함하기 때문에 공기업의 부채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부채를 제외한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비(非)금융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으로 378조5천억원에 달해 이를 합친 ‘공공부문채무’는 GDP의 60%를 넘는다. 지난해 10월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공기업부채로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앞으로 지급해야 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940조원에 달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부담은 계속 빠르게 늘 것이다. IMF는 4월에 발표한 ‘재정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2050년까지 연금과 건강 보험 관련 재정 부담이 현재 GDP의 160%에 달하게 되어 모든 선진국 중 한국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부채가 너무 많으면 국채를 구매하는 투자자들은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부도 가능성을 우려하여 국채를 더는 사지 않고 보유한 채권도 매각하려 한다. 위험프리미엄으로 국채의 수익률이 급등하여 정부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실제로 1970~80년대 중남미 국가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리스, 이태리 등 남유럽 국가들은 정부부채가 너무 많아 재정위기를 겪고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다. 혹자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재정적자를 막으면 되니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화량이 계속 늘면 물가가 상승한다.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라면 환율이 급락하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부채를 늘려야 할 때라면 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익은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해야 한다. 쌓이는 국가부채는 모두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는다. 생산적인 재정지출과 조세개혁으로 민간 경제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공기업개혁, 연금개혁도 꾸준히 추진해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효율적인 재정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은 늘리지 않으려면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예산을 꼼꼼히 심의하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