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남의 팔’을 이식받은 손진욱(38·사진)씨가 다음 달 결혼한다. 지난해 가을 소개로 만나 교제해 온 여자친구와 대구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손씨는 “팔 이식 수술을 받은 2년 전 2월이 제게 첫 번째 새 인생을 시작한 달이라면 6월은 두 번째 새 인생을 시작하는 달이 되는 셈”이라며 기뻐했다.
국내 첫 ‘팔 이식’ 받은 손진욱씨
6월에 새 직장 출근, 결혼 겹경사
공장서 사고 … 뇌사자 팔 기증받아
“이젠 스마트폰 자판도 두드려요”
6월이 그에게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대구시 등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경북 칠곡군 한 사회협동조합에서 새로 일하게 된 것이다. “한쪽 팔 없이 지낸 경험이 있어 장애의 고통을 잘 안다. 단순히 ‘남의 팔을 가진 사나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보다는 신체 장애를 가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 복지 관련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팔 이식 수술 뒤 여자친구가 생겨 결혼하고, 소망하던 직장까지 얻는 경사가 겹친 것이다.
수술 몇 달이 지나면서 그의 몸은 조금씩 남의 팔을 받아들였다. 5개 손가락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손에 힘을 줄 수 있었다. 야구공을 쥐고 던지거나 다른 사람과 악수도 할 수 있었다. 신경이 살아나면서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끼고, 차량 운전과 양치질, 머리 감기 같은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손에는 땀도 났다. 덕분에 2017년 7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때는 시구를 했다. 비록 공을 힘있게 멀리 던지진 못했지만, 시구는 팔 이식 수술의 성공 사례로 화제가 됐다.
지금은 정상인의 80%까지 손과 팔에 힘을 낼 수 있다 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헬스에 푹 빠져 있다고 귀띔했다. 손씨는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자판을 자유롭게 두드리고 숟가락으로 식사까지 한다”고 자랑했다.
손씨 사례를 계기로 팔 이식 수술의 위법 논란도 정리됐다. 보건복지부가 수부(손·팔)를 ‘장기이식법’ 관리대상에 넣기로 법 개정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성사된 때문이다. 팔 이식 후 치료를 위해 매월 처방받아 먹는 면역 억제제는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해 중순까지 면역 억제제를 먹는 데 월 100여만원을 부담했으나 의료보험 적용으로 월 17만원 정도만 낸다. 손씨는 “팔을 기증해준 기증자를 위해서라도 이웃을 챙기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