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6일 오후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봉 감독의 수상 소식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언급했다. 조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봉 감독에게 보낸 축전을 공유하면서 “이 경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다시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17년 작성된 두 건의 기사를 첨부했다. 봉 감독이 과거 칸 영화제에 참석해 ‘한국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트라우마’를 언급한 기사와, 그해 9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공개한 ‘문예계 내 左(좌)성향 인물 현황’ 일명 블랙리스트 관련 기사였다. 봉 감독도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생각나”
나경원 “계속 거짓말하는 문 정부
알랭 들롱 리플리증후군 떠올라”
조 수석과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정치인들이 한국 영화 100년 사상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그 자체로 축하하거나 영화 등 한국 예술 정책에 대한 고무 및 예술인 격려로 방향을 잡지 않고, 상대편 때리기 방편으로 쓰기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감독은 나 원내대표에 대해 “봉 감독을 감흥 없이 축하하고,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알랭 들롱을 언급하며 결국 문재인 정부 폄훼에 나섰다”며 “파티장에 검은 상복 입고 나타나 곡 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조 수석에 대해 “봉준호 감독 이름조차 전 정권을 비난하기 위한 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