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를 처음 고안한 이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다. 그가 주창한 ‘근대건축 5원칙’ 중 하나다. 1층을 비워서 빛과 바람이 통하고 자유롭게 오가게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 장마가 오면 습한 탓이다.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주차문제가 튀어나왔다. 결국 정부는 주차장법을 강화한다.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민간에서 알아서 주차 공간을 더 확보하게했다. 그 해법으로 ‘필로티’가 등장한다. 필로티 공법으로 건물을 지어 1층을 주차장으로 할 경우 1층의 바닥면적은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1층을 주차장으로 하고 한 층 더 올려 지으면 면적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4~5층 짜리 다세대·다가구 건물의 탄생 배경이다.
1층에 자동차만 있는 골목길은 삭막하다. 밤이면 어둡다. 그때그때 누더기처럼 개정된 건축법이 만든 기형적인 동네 모습이다. 애당초 공공 주차장을 많이 만들어 공급했다면 어땠을까. 우리 삶터에는 늘 공공보다 민간의 분투 기록만 가득해 아쉽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