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현대사옥 앞 집회 중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A씨에 대해 법원이 25일 영장을 기각하자 경찰과 검찰 내부에선 허탈하단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원 "폭행 피의자, 노조에서 지위 고려"
경찰은 당시 1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들 중 2명을 폭행 피의자로 추려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 A씨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현장 영상이 상세히 채증되어 있어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도망의 염려도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조선업종노조연대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고려했다"는 사유도 포함됐다.
법원 직원 폭행, 법정 소란은 구속
지난해 11월에 서울중앙지법도 법정에서 아들의 항소가 기각되자 재판부에 욕설을 하고 법정 경위를 폭행한 50대 안모씨를 구속했다.
서울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 직원을 폭행한 피의자와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판사들이 법원 관련 범죄에만 유독 엄벌 기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사범은 일벌백계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며 "법원 결정의 일관성이 없으면 사법 신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경찰관들 "집회에서 빌고 있다"
서울 강북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경위)은 "영장이 기각되면 지휘부에서 소극적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동료 경찰관이 맞아도 '그정도면 그냥 참고 넘어가자'는 지시를 이미 여러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집회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경찰관(경위)도 "현장에서 기준 소음을 넘어가는 집회가 열리면 경찰관들은 '소음을 낮춰달라고 비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판사들, 공무집행방해죄 왜 엄격히 대하나
공무집행방해죄는 최대 형량이 5년으로 처벌이 강한편인 만큼 영장심사는 물론 재판에서도 엄격한 판결을 해왔다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아직 많은 판사들이 과거 군부 독재시대의 경찰과 검찰의 공권력 남용 문제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에 근무 중인 경찰관(경정)은 "과거 공권력이 휘둘렀던 과도한 권력도 문제였지만, 현재 공권력이 조롱과 타도의 대상이 된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남용의 우려를 넘어 공권력의 권위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권력 위협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법원의 판단과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견해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법원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