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에서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으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가섰다. 트럼프는 빨강색 상의, 아베는 파랑색 재킷에 흰색 바지 차림이었다. 두 사람의 복장은 성조기를 연상케했다.
오전 9시 44분 티오프,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전체 18홀 중 16홀만 돌고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한 '더블 치즈 버거'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하루종일 '골프→스모→로바타야키'
30도 넘는 날씨에도 골프16홀 소화
트럼프 퍼팅 성공하면 아베가 박수
오찬은 미국산 쇠고기 치즈 햄버거
트럼프 등장때 스모 경기 잠시 중단
30kg넘는 트럼프 트로피 직접 수여
만찬은 고급 로바다야키 레스토랑
2만5000여 경찰력 삼엄 경계 태세
야당에선 "총리는 관광가이드"비판
TV아사히의 카메라엔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리 도착해 라운딩 진행 일정표를 꼼꼼히 챙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퍼팅을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치는 아베 총리의 모습이 담겼다.
골프회동은 이번이 5번째, 아베 총리는 라운딩 뒤 "조금 덥긴했지만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즐겁게 플레이를 했다"며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솔직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정성이 통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친 뒤 트위터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7월 일본 (참의원)선거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가 곤란하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네 사람은 모래판에 가까운 ‘마스세키(升席)’에 특별히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오후 4시 58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할 때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자 장내엔 "자리에 앉아달라"는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트럼프는 특별 제작한 무게 30kg이 넘는 ‘트럼프 배(트로피)’를 우승자 아사노야마 히데키(朝乃山英樹)에게 수여했다.
두 정상의 비공식 부부동반 만찬 장소는 도쿄 롯폰기의 고급 로바타야키(爐端焼き)식당 '이나카야'(田舍屋)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모두에 "오늘 무역과 안보 문제 등에 대해 아베 총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평소에 보고 싶었던 스모를 관람하는 등 아주 즐겁고 고맙다"고 아베 총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하루 삼 시 세 끼를 함께 하며 하루 종일 붙어다녔다.
야당에선 "아베 총리는 관광가이드냐","아베 여행사의 일본 만끽 투어냐"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의 방일 이틀째이자 휴일인 이날을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을 담은 일본식 접대) 공세의 날'로 이름붙였다.
나루히토(德仁)새 일왕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 회견,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27일의 ‘본 게임’, 두 정상이 함께 일본 해상 자위대의 호위함에 오르는 28일 ‘미·일 동맹 과시의 날’ 과 비교하면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