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내 IT 업체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LG유플러스는 LTE 도입 당시부터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해 왔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선 호환성 등을 고려할 때 화웨이 장비 사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입장이다.
미국, 작년부터 한국에 협조 요청
중국선 희토류 활용해 보복 신호
정부, 공식 입장 못 내놓고 고민
소식통 “시간 끌면 미국서 오해”
중국도 반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장시(江西)성을 시찰하면서 “과학 혁신공정의 힘을 높여 개발 이용의 기술수준과 부가가치를 높여라”는 지시를 했다. 중국의 희토류를 “전략적 자원”이라고 언급하며 추후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신호도 보냈다. 화웨이 역시 구글 등 미국산 운영체제(OS)를 대체한 새 OS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모두 염두에 둬야 하는 한국이다. 제2의 사드(THAAD·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뚜렷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사기업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논리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화웨이가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등을 공급받는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화웨이를 국내에서 퇴출할 경우 경제적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도 산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바깥으로는 유럽과 일본 등 미국 우방국들의 움직임도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통화에서 “미국 정부 인사들은 요즘 ‘화웨이 장비는 보안을 생각해서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면서도 “이는 한국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마주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일부 기업들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속속 화웨이와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화웨이와 거래해 왔던 일본 기업은 100여 개에 달한다. 일본 정부로서는 확실하게 미국에 “우리는 미국 편”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미·중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미국은 한국이 화웨이 관련 입장을 빨리 정하지 않을 경우 ‘결국 한국은 중국 편’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며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외교당국의 전반적인 내부 기류는 두부를 자르듯 곧바로 결론내릴 사안이 아니라는 쪽에 가 있다.
전수진·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