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이재용은 하버드 동문

중앙일보

입력 2019.05.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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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2일 방한 중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나 30여 분간 비공개 단독면담을 가졌다. [뉴스1]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이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두 사람은 지난 22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약 30분간 만났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부시 전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이 부회장과의 면담을 택했다.
 
이 부회장은 2000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재계 안팎에 따르면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주선으로 만난 두 사람은 하버드 동문이라는 점을 알고, 더욱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두 집안 돈독한 관계 23년
예일 나온 부시, MBA 졸업 긍지
이재용 2000년 박사과정 수료
풍산 류진 회장이 다리 놔 첫 인연

사실 부시는 미국 역대 대통령(45명) 가운데 MBA 학위(석사)를 지닌 첫 번째 대통령이다. 아버지 때부터의 인연으로 입학한 명문 예일대 학부보다는, 하버드대 MBA 졸업에 자부심을 느껴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9년부터는 현재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로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5년 뒤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됐다.
 
1994년부터 6년간 텍사스 주지사로 재직하며 부시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대규모 투자 유치 사례가 바로 삼성이다. 그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인센티브로 내걸어 삼성전자의 첫 해외 반도체 생산라인인 오스틴 공장을 유치했다. 오스틴은 텍사스의 주도(州都)다.  
 
98년 공장 준공식 때는 직접 참석해 “삼성 반도체 오스틴 공장의 성공적인 운영이 텍사스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2년 뒤 부시는 세기의 접전 끝에 민주당 소속인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시가 대통령직에 있던 2003년 오스틴 공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나노테크 3개년 투자’ 기념행사에는 부친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이 참석했다.


삼성과의 돈독한 인연으로 부시 전 대통령은 2015년 골프대회 ‘프레지던츠컵’에 참석차 방한했을 당시 삼성그룹의 전용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이건희 회장 전용기’다. 삼성이 해당 항공기를 매각하기 전 마지막 탑승객이 바로 부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이 회장을 위해 한국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되자, 아버지 부시는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과 함께 “전 세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며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