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의 대입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내신은 수능과 달리 각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내기 때문에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내신비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입 수시전형을 폐지해야 한다.”(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2)씨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서 수시 위주의 대입제도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대입에서 수시전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내신 경쟁이 심화하고, 이런 부정행위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에게 23일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14일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는 숙명여고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학년 1학기 때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2학년 1학기 때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1등을 하는 등 급격한 성적 상승 보여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문제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자매의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숙명여고는 A씨와 쌍둥이 자매에 대한 징계를 이미 진행한 상태다. 숙명여고는 지난해 11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 거쳐 쌍둥이 자매 성적을 0점으로 재산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자매를 최종 퇴학 처리했다. 또 숙명여고는 징계위원회를 거쳐 A씨를 파면시킨 상태다. 파면은 교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수위 징계에 해당한다.
교육부도 대입정책 기조를 기존 수시확대에서 지난해부터 정시확대로 바꿨다. 지난해 이뤄진 2022학년도 대입제도 공론화에서 정시 위주 전형을 확대하라는 국가교육회의 권고를 교육부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들에 2022학년도부터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 확대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교육부의 정시확대 권장에도 불구하고 2021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198곳의 정시모집 비율은 전년도보다 0.3%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