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의 사인은 흉기에 의한 목 부분 동맥과 정맥의 손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1일 이런 내용의 1차 부검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또한 사건 현장에서 경찰은 흉기 3점을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현장에서 흉기 3점 수거
현장에서 흉기 3점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 경찰은 가족 3명이 각자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 밖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딸 시신에서는 방어흔적 발견
A씨 아들은 경찰에서 19일 오후 4시쯤 부모님이 집에 왔고 집안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에 대해 자신을 제외한 3명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안 평소 분위기상 중학생인 아들은 심각한 대화에서 빠져 방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11시 30분쯤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A씨와 아내, 딸 등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현장을 중학생 아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3명 모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A씨 아내와 딸은 침대 위에, A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방 안에는 혈흔과 흉기가 있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웃 “부부가 다투는 모습 본 적 없어”
A씨는 7년 전부터 인근 포천시에 목공예점을 차려 혼자 운영했으나 운영난으로 최근엔 점포 운영을 접은 상태다. A씨는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지만, 나이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구직에 실패한 상태였다. 그러자 아내가 일자리를 구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A씨 부부의 모습은 아파트 폐쇄회로TV(CCTV)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A씨는 아침 출근 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마다 부인을 차량으로 데려다주는 모습이 녹화돼 있다. 비가 내린 사건 전날에도 차량을 이용해 아내의 출퇴근을 도와주는 모습이 기록돼 있다.
억대 빚, 일자리 못 구해
경찰이 A씨 가족을 조사한 결과 A씨는 부모가 죽으면 자식에게 빚이 승계되는 점을 가족과의 대화 과정에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아들을 남겨두고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족들은 집안의 장남인 A씨가 집안의 대가 끊기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아들은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흉기를 들고 싸웠다거나, 아들이 의심스럽다거나 하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고 있어 남겨진 중학생 아들이 큰 정신적 충격에 휩싸일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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