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의 목소리는 TV‧라디오, 공공장소 안내음성처럼 우리 일상의 다양한 곳에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막상 볼 수 없잖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꾸는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뷰티풀 보이스’를 만든 김선웅(39) 감독 얘기다.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오합지졸 게임 성우들의 소동극. 하루 만에 더빙을 끝내라, 게임 의상을 입고 더 실감 나게 하라며 물정 모르고 떼를 쓰는 게임사 ‘갑질’에 맞선, ‘을’들의 통쾌한 반란을 그렸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내경쟁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제목은 ‘하쿠나마타타 폴레폴레’.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의 스와힐리어다. 장편 연출작의 정식 개봉이 처음인 감독을 개봉 전 서울에서 만났다.
22일 개봉 ‘뷰티풀 보이스’ 김선웅 감독
오합지졸 성우들의 게임 더빙 소동극
무리한 요구에 맞선 '을'의 경쾌한 반란
광고?뮤직비디오 주로 찍던 감독의 장편
실제 겅혐담 버무려 '사이다' 같은 결말
현역 성우들 경험담 코믹하게 살려
영화에도 출연한 성우 김인 등 현역 성우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스크린 안팎에서 활약해온 배우들이 더빙 특훈까지 받아가며 탄탄하게 연기했다.
더빙 경험 없는 유명배우가 갑자기 끼어들어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장면은 감독 자신이 겪었던 일화. 그는 “광고 내레이션을 녹음할 때, 광고주 요구로 유명배우 한 명을 위해 모든 출연진이 시간‧조건을 어렵게 맞추며 애먹은 적이 있었다”며 “그때 저랑 녹음실 기사님을 합쳐 극 중 이 감독(연제욱)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초저예산 장편, 7회차에 촬영 끝내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 등으로 얼굴을 알리기 전 이 영화에 출연한 박호산은 “극 중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박 대표의 모습이 과거 내 모습과 어느 정도 겹쳐 보였다”며 “성우만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분을 위한 이야기다. 영화 보며 스트레스 풀고 가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독학으로 25세에 뮤직비디오 연출 데뷔
김선웅 감독이 이렇게 말한 건 그 자신이 영화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데다, 충무로 현장 경험 없이 만든 영화란 뜻에서다. 지금껏 광고 등을 함께해온 스태프들과 여러 단편을 만든 끝에 이번 장편을 만들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 감독은 캠코더로 독학해 취미처럼 하던 영상작업이 우연히 관계자 눈에 띄어 2005년 남성이중주 ‘더크로스’의 록발라드 ‘돈 크라이’ 뮤직비디오로 스물다섯 이른 나이에 연출 데뷔했다.
아웃사이더에 눈길, “같이 잘살자” 말하고파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포물인 전작 ‘라이브TV’가 이렇게 극한에 내몰린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잔혹하단 걸 보여줬다면 이번엔 다 같이 희망을 갖고 잘살아 보자고 말하고 싶었죠. 저 혼자만 아니라 호흡 맞춰온 저희 스태프들도 원하는 영화가 있다면 힘을 합쳐 만들어보려 합니다. 영화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