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이 상황에서 주목받는 게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다. 두 사람은 각각 전당대회를 거쳐 당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리더들이다. 막힌 걸 뚫는 게 리더들의 몫이기에 두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두 거대 정당 대표들은 서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책임 있는 양대 정당의 대표들이 서로를 백안시하는 건 한국 정치사의 희ㆍ비극이다. 두 대표 측은 공히 “원내 이슈는 원내대표들이 총괄한다. 더는 출구가 안 보일 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권 vs 공안검사’라는 출발점부터 ‘총리를 지낸 7선 의원’ vs ‘총리 출신 차기 주자’라는 경력으로 볼 때 두 대표는 마주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같은 관계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이해찬
“어떻게 제1야당 대표가 문 대통령을 가리켜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란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정치를 처음 시작한 분이 그렇게 입문해서 막판을 무엇으로 끝내려 하는가.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번 그런 발언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
‘정치를 처음 시작했다’라거나 ‘정치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는 발언에서 보듯, 7선 정치인이자 먼저 ‘책임 총리’를 지낸 이 대표 입장에서 황 대표의 연륜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두 발이 붕 떠 있는 것 같다. 제1 야당의 대표라기보다는 차기 주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 보인다. 국회 이슈는 큰 변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황교안
당장은 청와대에 가려 민주당의 존재감이 엷다는 게 일차적인 배경이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는 민주당이 청와대에 밀렸다는 게 당 내외의 공통된 평가다. 이달 초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인 이인영 의원이 큰 표 차로 당선된 게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동시에 대통령과 대거리를 하면 황 대표의 정치적 덩치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역대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현 야권의 과거 유력 인사들의 전례가 그렇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서 존재감을 키운 이회창 전 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과 타협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렇다.
황 대표 측 핵심 인사는 “국정을 총괄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지도자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야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호ㆍ김준영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