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A군은 학생 자율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성평화연대의 도움을 받아 홍보를 시작했다. 한국성평화연대는 남녀의 무조건적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남녀 갈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성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학년에 홍보한 끝에 남학생 3명과 여학생 3명을 모은 A군은 성평화 동아리를 만든 뒤 활동을 시작했다. 매달 모여 토론하고 '남성성과 여성성' '가부장제도와 가분담제도' 등에 대한 칼럼도 작성했다.
'성평등' 아닌 '성평화' 주장
가분담제란 바깥 노동에 남성이 투입되고, 육아와 가사를 여성이 맡는 역할 분담은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배경에 기반을 둔 효율적인 분담 방식이었다는 주장으로 여성이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논리와 상반된다.
A군은 서울시교육청이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자의적 해석으로 우리를 양성평등을 해치는 집단으로 낙인 찍었다"며 반발했다.
지도교사 없어 해체 위기
새로운 지도교사를 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학생과 학교 측의 의견이 갈렸다. A군은 B교사가 지도교사를 그만둔 후 다른 사회 과목 교사에게 지도교사를 부탁했고, 그 역시 맡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교사가 새로 지도교사를 맡아주기로 했던 교사에게 동아리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전했고, 이후 새 지도교사가 '못 맡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성평화 동아리는 죽었다"며 지난 18일 서울 낙성대역 2번 출구 앞에서 "성평화 추모집회"를 열며 동아리 존속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지도교사를 부탁했을 때 "다른 교사가 '생각해보겠다'는 취지로 말을 한 것을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교사가 없다면 자율동아리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아직 동아리 폐쇄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