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연예인 초청에 3000만원

중앙일보

입력 2019.05.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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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가수 싸이가 등장한 홍익대 축제장에 8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고석현 기자]

지난 16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종합운동장은 대형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공연에 나서는 가수 싸이와 잔나비, 10센치 등을 보러 온 8000여 명의 인파가 운동장을 넘어 주변 차도까지 넘쳤다.
 
9시 30분쯤 싸이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싸이는 히트곡인 강남스타일과 챔피언 등 11곡을 연달아 불렀다. “목소리와 무릎을 아끼지 말고 뛰라”는 그의 외침에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무대설치비 합쳐 1억 넘게 들어
학교가 지불 … 등록금서 내는 셈
“낭비” “수준높은 공연관람 기회”

5월 축제 시즌이 되면서 인터넷에는 ‘○○대 축제 라인업’이란 게시물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축제 무대에 서는 가수들의 라인업이 ‘잘 나가는 대학’의 기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날 홍대 축제에 온 서강대생 이창준(19)씨는 “대학가에서 홍대가 축제로 유명해서 친구들과 놀러 왔다”고 했다. 김대준(19)씨도 “인터넷에 뜬 홍대 축제 라인업을 보고 찾아왔다. 오후 3시부터 8시간 동안 연예인 공연 등을 즐겼다”고 했다. 홍익대 학생 이효진(19)씨는 “올해 축제 라인업이 좋아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며 즐거워했다.
 
대학 축제 라인업은 20대가 좋아하는 가수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이달 축제를 여는 서울 시내 20개 대학의 참여 가수 명단을 살펴보니 ‘축제의 제왕’은 싸이와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이었다. 이 둘은 5월 한 달간 5개 대학 축제에 등장한다. 이어 볼빨간사춘기와 아이돌 그룹인 여자아이들이 4개 대학 무대에 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콘서트급 축제 무대를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S급 가수는 3000만원 이상, A급 아이돌 그룹은 2500만원 안팎이 든다”며 “무대 설치비도 2000만원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 1억원 이상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예인 섭외는 각 대학 학생회가 담당하고 비용은 대학에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이 사용되는 셈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축제 라인업이 좋아야 ‘학생회가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최소한 작년 수준보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에 너무 큰 비용을 쓴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건국대 학생 가동민(20)씨는 “일회성 공연에 너무 많은 교비를 쓰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가 가수들의 수준 높은 공연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한준(20)씨는 “가수 공연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축제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에서 이 정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윤서·고석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