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온 김혜숙(64) 씨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잘 안 쓰는데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마스크를 끼면서 밥을 먹고 있다”며 “목도 아프고 코도 아프고, 밥을 먹는지 미세먼지를 먹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미세먼지 속 다이닝’ 행사가 열렸다.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광장에서 식사하면서 미세먼지의 폐해와 깨끗한 공기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자는 취지다. 여야 정치인, 학계 인사들을 포함해 전국에서 모인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광화문 ‘미세먼지 속 다이닝’ 행사
반기문 “공기는 가려서 못 마신다”
실제로 이날 낮까지만 해도 ‘보통’ 수준이었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높아졌다.
식사가 시작된 오후 6시에는 가장 가까운 서울 중구 측정소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41㎍/㎥로 ‘나쁨(36~75㎍/㎥)’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도로에서 내뿜는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숨을 쉬기 불편할 정도였다.
이날 음식은 한식당 윤가명가의 윤경숙 오너 셰프가 준비했다. 윤 셰프는 “저는 만성폐쇄성 호흡기 질환자다. 미세먼지는 저한테는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행사를 기획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의 이병령 이사장도 “서울에서 가장 공기 나쁜 곳을 골라서 초대를 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민망하다”면서도 “미세먼지의 해악을 느껴보겠다고 와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광화문 레스토랑’ 후속으로 23일부터 7월 17일까지 9차례에 걸쳐 미세먼지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