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페타에 따르면 제주도의 말 도축장에서 경주마들이 심한 학대를 받은 후 비윤리적으로 죽음을 맞은 사실을 고발한 영상을 지난 2일 유튜브에 공개한 후 현재까지 5만5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도축장서
몽둥이질, 공개장소 도살 영상 공개
하루 4~5마리 도축해 식당 등 유통
마사회 책임론도 … 경찰 수사 착수
해당 영상에 도축된 말을 볼 수 없게 설치해야 할 철제 칸막이가 쳐져 있지 않은 장면도 논란거리다. 동물보호법은 공개된 장소 또는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과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인 탓인지 이날 도축장에는 가림막이 정상적으로 내려져 있었다. 제주축협 관계자는 “시설은 완벽하게 갖췄는데 가림막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 다른 말의 도축 장면을 보게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도축장을 운영하는 제주축협과 말을 때린 인부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일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들은 영상을 통해 “말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버는 한국마사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년 1600마리가 넘는 말이 은퇴하고, 그중 50마리 정도만 재활 된다고 한다”며 “대부분의 말은 제주도의 도축장에서 도살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은퇴 경주마가 페타의 주장만큼 도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연간 경주 퇴역마는 페타가 밝힌 것보다 200마리쯤 적은 1400여 마리다. 이 중 700여 마리는 승용마로 전환되며, 약 150마리는 번식마로 활용된다. 또 폐사·안락사한 게 150여 마리이며, 400마리 정도는 용처가 불분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 400마리 중 일부가 도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사회는 이런 불분명한 말의 용처를 관리하기 위해 말 이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경주마를 포함한 모든 말의 생애 전 과정을 추적해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페타 측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지난 9일 수사에 착수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