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징용재판 문서 내밀자…윤병세 "1급 기밀인데" 민감 반응

중앙일보

입력 2019.05.15 00:04

수정 2019.05.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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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뉴스1]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둘러싼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관련 재판에 나와“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민감한 외교 기밀이 노출될 경우 국익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며 비공개 신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용재판 거래 의혹’ 증인 출석
재판부는 비공개 신문 요청 불허
검찰 공개한 당시 외교부 일지엔
“국제적으로 지면 정권 날아가”

윤 전 장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윤 전 장관을 상대로 당시 외교부가 재판 지연이나 대법원 배상 판결을 뒤집으려 한 건 아닌지 추궁했다. 윤 전 장관이 2013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정황이 나와서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대법원 판결을 번복하려고 한 게 아니라 (사법부가) 국제법적 측면을 고려해 판결해주면 외교부에도 국익에도 도움된다고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일부 서류 증거를 제시하자 “1급 기밀”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은 윤 전 장관이 ‘일본이 법치주의를 얘기하는데 국내적으로 이기고 국제적으로 지면 정권이 날라가는 문제다’고 지시한 내용이 담긴 외교부 사무관의 업무일지를 공개했다. 윤 전 장관은 “이런 내용 때문에 비공개를 요구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배상판결이 나면 국내 정치적으론 유리하지만 향후 일본이 중재 절차에 들어가거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경우 한국이 국제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무일지 중 ‘판결이 반복되면 외교부 작살난다. 청와대 법무실, 관계부처 끌어내야’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윤 전 장관은 “그런 표현까지 쓴 것은 아니고 ‘번복’을 ‘반복’이라고 잘못 적은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검찰 측 질문에 대해선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