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우찬, 외삼촌 송진우 앞에서 생애 첫 승

중앙일보

입력 2019.05.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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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좌완 이우찬이 12일 한화전에서 프로 19번째 등판 만에 첫 승리를 따냈다. [뉴스1]

조카는 삼촌 앞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LG 왼손 투수 이우찬(27)이 외삼촌 송진우(53) 한화 투수 코치 앞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프로야구 LG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팀 평균자책점 1위 LG는 선발 이우찬을 시작으로 진해수-신정락-정우영-고우석이 차례로 마운드를 지키면서 한화에 완승을 거뒀다. 2연승을 거둔 LG는 키움과 NC를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2011년 입단, 9년 차 왼손투수
한화 상대 5이닝 1안타 무실점

수훈갑은 단연 선발투수 이우찬이었다. 류중일 LG 감독은 최근 5선발 배재준이 부진하자 이우찬을 이날 경기 선발로 내세웠다. 이우찬은 올 시즌 구원투수로만 14경기에 나서 2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중이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솔직히 몇 이닝 동안 몇 개의 공을 던질지 모르겠다. 배재준·심수창·최동환 등 여러 명의 투수를 대기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LG는 ‘예비 전력’을 가동할 필요가 없었다. 이우찬은 1회부터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최근 한화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정은원·오선진을 차례로 잡아낸 뒤 제라드 호잉도 땅볼로 처리해 삼자범퇴로 막았다. 4회 1사까지 실책으로 한 명만을 내보낸 게 전부였다. 4회 초 2사 1, 2루의 위기에선 이성열을 좌익수 뜬공으로 요리했다. 5이닝 1피안타·2볼넷·2탈삼진·무실점. 이우찬은 2011년 LG 입단 이후 무려 9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포수 유강남은 “이우찬은 직구가 똑바로 오지 않고 흔들린다. 오늘 직구가 좋아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우찬의 원래 이름은 이영재다. 그는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에 입단한 기대주였다. 하지만 5년 동안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6년 5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깜짝 선발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뒤 안타 1개, 볼넷 2개를 더 내주고 교체됐다. 0이닝 4실점. 이후 이영재에겐 이렇다 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17년엔 연습생 격인 육성 선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2017 시즌을 마친 뒤 이영재는 부모님의 권유로 이름을 이우찬으로 바꿨다. 공교롭게도 이름을 바꾼 뒤 그의 야구인생이 달라졌다. 지난해엔 1군에서 3경기에 나섰다.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1군 붙박이 선수로 자리 잡았다. 이우찬은 “꼭 이름을 바꾼 덕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야구를 잘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오늘 첫 승 기념구를 차우찬 선배가 건네줬다. 이름이 같아서 그런지 잘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최다승(210승) 기록을 갖고 있는 한화 송진우 코치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상대 팀 코치로서 조카의 투구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송 코치는 “바로 위 누나의 아들이다. 자주 왕래를 하는 사이”라며 “프로 입단 이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생겼다”며 흐뭇해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