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스님은 평생을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교화에 힘써왔다. 인연을 맺어온 사형수만 수백명에 이른다. 그는 1968년 재일동포의 차별에 항의하며 일본 야쿠자 단원을 총기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고(故) 권희로(2010년 별세·당시 82세)씨 구명운동도 벌였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지난 9일 삼중 스님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A씨는 19년 전 부처님 오신날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됐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사형수
삼중 스님은 사형수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는 게 의아해 물어봤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의연한 어조로 “스님, 저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삼중 스님은 그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려 A씨 모르게 두 명의 공범을 면회했다. 무기수였던 한명의 공범(당시 30대 중반)은 이미 숨진 뒤였다. 나머지 한명(당시 10대 후반)은 강도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공범은 본인의 처지보다는 오히려 가족이 있는 A씨를 걱정했다고 한다.
점점 드러나는 고문, 허위자백
각계의 노력으로 A씨는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감형됐고, 결국 19년 만에 특사로 풀려나기에 이른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A씨는 복역생활에도 서예 등을 익혀 교정작품전에 출전, 입상하기도 했다. A씨는 석방 후 자신을 고문한 형사를 찾아가 용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재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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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 스님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악인이라도 죽음을 앞에 두고는 선한 사람이 됐다. 이들은 나의 스승이자 부처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님은 한 평생을 거리에서 걸식하며 어렵게 사는 이들의 눈물을 닦으셨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불교계도) 부처님 오신날에 화려한 형식적인 봉축 행사를 하기보다는 거리로 나서는 자비행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