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선 그의 자의적 통계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 등을 통해 주장한 극심한 소득 불평등에 대해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분배는 어떤 지표로 봐도 세계적으로 중상위권인데, 소제목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해진 나라’로 해놓았다”며 “원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필요한 통계를 가져다 붙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병태 KAIST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보다 인구가 많으면서 분배가 잘된 나라는 독일뿐”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장 전 실장의 ‘확증 편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이 때문일까. 그가 청와대에 있을 때 유독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빈번히 제기되곤 했다.
확증 편향은 잘못된 진단을 낳고, 이는 엉뚱한 처방으로 이어진다.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에 대해 이렇게 보는 시각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험이 결국 장 전 실장의 통계 해석 오류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악화한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했다. 이 통증이 오진에 따른 의료 사고가 아니길 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