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대기업 집단 지정 관련 자료를 제출하긴 했지만, 동일인 변경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며 “한진이 ‘기존 동일인인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뒤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측 “총수 아직 못 정했다” 통보
조원태 승계 관련 3남매 갈등설도
지난달 8일 숨진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였다. 같은 달 24일 고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한진칼 회장으로 선임되고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비쳤다.
한진은 당시 “고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 자료에 상속세 납부 계획 등도 밝혀야 하는 만큼 3남매가 상속 문제를 아직 정리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되도록 빨리 제출하겠다고 답이 왔다”고 말했다. 한진 관계자도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진에어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한진칼은 고 조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17.84%)을,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전무(2.30%)가 각각 3% 미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 조 회장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확보가 불투명하다. 2000억 원대로 추산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14.98%까지 늘리며 경영권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곽재민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