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A씨의 빚은 7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결혼 전 쓴 사채가 5000만원이고, 결혼 후 장모에게서 2000만원을 더 빌렸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파산 신청을 해서 월 80만원씩 내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월 변제금이 80만원이란 점에서 A씨가 개인파산이 아닌 개인회생을 신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날 30대 부부, 자녀 둘 참변
개인회생 신청 월 80만원씩 갚다
부부 동시 실직으로 생활고 비관
“법원 신청 땐 변제금 줄일 수 있어”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은 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금액으로 정한다. 최저생계비는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다. A씨처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 수로 계산한다. 3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약 220만원이다.
그래도 A씨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면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변제금을 내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으니 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변제계획안 변경신청)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이용했다면 A씨 가족은 월 80만원의 변제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변제계획안 변경신청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분명 법에 있는 제도지만 이용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자격) 브로커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회생 신청을 위한 수임료만 챙기면 그만인 브로커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법적 절차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만약 A씨 부부가 실직 이후 도저히 빚을 갚을 길이 없어 보였다면 개인회생 절차는 폐지하고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도 있었다. 박 센터장은 “브로커들은 파산이든, 회생이든 돈(수임료)만 받으면 그만”이라며 “상담하다 보면 개인파산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개인회생 중인 채무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친구는 경찰에서 “A씨는 워낙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친구가 거의 없다. 친구는 나와 다른 한 명, 딱 둘뿐”이라고 진술했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으면 친구와 상의도 하고 관련 기관을 찾아가 상담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가진 재산이 없고 아이 둘을 부양하는 상황이었다. 최장 6개월까지 ‘긴급생계비 지원’ 같은 복지 제도를 신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어디에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센터장은 “A씨의 어려움이 7000만원 빚 때문이었다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 정보가 많았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유 금융복지상담소(전북 전주) 실장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어린이재단 등과 연계해 복지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며 “(상담을 위해) 전화 한 통 할 용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그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 듯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