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야니家 패소 결정문 공개 두고 민변-정부 옥신각신
“중재판정이라고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말하시지만 아직 다툴 게 있습니다. 무효화시킬 수 있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지난 2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지하 208호 법정. 한국이 처음으로 패소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사건 판정문 공개를 두고 팽팽한 공방이 오갔다. 원고석에 앉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 정부의 패소 이유가 담긴 판정문 공개를, 피고석의 정부 측은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맞섰다. 정부는 왜 판정문을 공개하지 않는 걸까.
ISD 첫 패소 대가 730억…왜 다야니에 졌나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승소를 장담했다고 한다. 영국계 글로벌 로펌 프레시필즈와 율촌을 방패로 삼고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UN산하의 중재판정부는 한국정부가 다야니에게 이자까지 쳐서 약 730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갑자기 외국 기업에 수백억원을 물어주게 됐지만 정부는 ISD에서 진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패소 직후 “중재판정부는 캠코가 한국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국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원중 약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을 뿐이다.
민변 "수백억 세금 물게 생겨…패소 이유라도 알아야"
소송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다야니 측이 ‘비밀유지약정’을 맺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송 변호사는 “담당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약정을 맺고, 판정문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공개를 주장했다.
수조원 대의 ISD 소송이 줄줄이 걸려있단 점도 들었다. 앞으로 론스타, 엘리엇 등 해외의 대형투자회사와 맞서려면 판정문을 통해 첫 패소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아직 2차전 중인데…비밀 보호해야"
정부 측은 “(다야니 측과) 아직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판정문이 공개되면 검증되지 않은 의견 등이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판정문을 비밀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영국 법원이 우리 정부 손을 들어주더라도 배상 의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추가 소송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거란 전망도 있다. 다야니는 이미 가압류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재판부는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 사이에서 합당한 지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선고는 다음달 13일에 내려진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