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증권사 숨은 돈 7.5조원 주인 찾아준다

중앙일보

입력 2019.05.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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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지역조합 계좌에 돈이 있는데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찾을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2일 금융위원회가 동영상으로 공개한 한 남성 회사원의 사례다. 이런 식으로 고객들이 제2금융권과 증권사 등에서 찾아가지 않은 돈은 7조5279억원에 이른다. 앞으로는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도 이런 돈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현재 은행 계좌를 대상으로 하는 ‘숨은 금융자산 찾기’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고 2일 밝혔다. 고객들이 본인 예금이나 증권 계좌의 잔고를 한눈에 조회하고 쓰지 않는 계좌를 정리해 쉽게 돈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우체국은 오는 8월부터, 증권사 계좌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고객 본인의 공인인증서로 로그인만 하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제2금융 휴면계좌 1억여 개
평균 6만5600원 안 찾아가
하반기에 조회·인출 서비스

금융위에 따르면 제2금융권과 증권사에서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비활동성 계좌는 1억1476개로 집계됐다. 계좌당 평균 6만5600원의 잔액이 남아 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하지 않는데도 돈을 찾지 않는 것은 고객이 잘 모르거나 귀찮아해서라고 금융위는 보고 있다. 특히 인터넷 뱅킹에 가입하지 않은 계좌라면 고객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 돈을 찾을 수 있다.
 
2016년 12월 은행 예금에 도입한 ‘어카운트 인포(숨은 예금 찾기)’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약 650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고객들이 찾아간 돈은 867억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으로는 약 1만3300원이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에도 단계적으로 ‘계좌이동 서비스(페이 인포)’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상호금융·우체국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를 클릭 몇 번으로 한꺼번에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권에선 2015년 10월 도입해 이미 650만명이 이용했다. 자동이체 계좌를 바꾸기 위해 통신사나 카드·보험사 고객센터에 일일이 전화해야 하던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엔 우선 제2금융권끼리만 자동이체 계좌를 옮길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엔 2금융권과 은행 간 이동도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한다. 현재 자동이체가 등록된 제2금융권의 수시입출금식 계좌 수는 3283만개에 달한다. 신용카드별 자동납부 현황을 한눈에 조회하고 한꺼번에 해지·변경할 수 있는 카드 이동 서비스도 올해 말께 도입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