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양계장 또는 식품 공장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실 독감백신 생산라인이다. GC녹십자가 2009년 전라남도 화순군 생물의약산업단지 내에 설립해 10여 년간 독감·수두 백신 등을 생산해 온 곳이다. 바늘이 계란에 주입한 액체는 독감바이러스다.
GC녹십자 화순 공장 가보니
4~6월 국내와 달리 남미는 겨울
수출물량 대느라 한달째 3교대
매일 필요한 유정란만 15만 개
국내 수요가 없는 시기 공장 시설을 놀리지 않고 가동해 백신을 만들어 남미 국가에 수출한 덕분에 생산량은 꾸준히 늘었다. GC녹십자는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범미보건기구(PAHO) 독감백신 입찰에서 6년째 1위를 하고 있다. PAHO는 독감 백신을 구입해 남미국가에 공급하는 국제기구다. 김성화 GC녹십자 화순공장장은 “지난 달에만 코스타리카와 페루 등에 400만명 이상 분의 독감 백신을 공급했다”며 “하반기 풀릴 국내용 독감 백신 원액과 동시에, 남미 국가에 보낼 독감 백신을 출하하는 지금이 일년 중 가장 바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오전 중앙일보가 방문한 공장에선 코스타리카로 보낼 70만 도즈 분량 독감 백신을 차에 싣는라 직원들이 분주했다. 독감 백신은 섭씨 2~8도 온도로 보관해야 해 출하 공정도 복잡하다. 신선 식품처럼 3중 포장에 냉매 2개를 넣고 디지털 온도변화 이력 추적기까지 넣어야 마무리 된다. 신기훈 화순공장 생산4팀 부장은 “최근 한 달간 30여 명 팀원이 3교대를 계속할 정도로 업무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은 계란(유정란)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원료가 되는 계란은 자회사 인백팜에서 하루 15만개씩 공급한다. 계란에 주입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두차례(2월이 북반구용, 9월이 남반구용) 나눠주는 ‘오리지널 시드(종자 바이러스)’에서 나온 것이다. WHO는 그 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각 회사별로 2병씩 나눠준다. 공장에선 이 중 한 병은 만약을 위해 보관하고, 나머지 한 병에서 나온 바이러스만 실제 백신용으로 사용한다.
계란에 들어간 독감 바이러스가 성장하면 이를 추출한 다음 죽여서 백신으로 만든다. 총 10일 정도 걸린다. 박형준 화순공장 생산지원팀 부장은 “같은 바이러스에서 나온 독감 백신은 한 부모에서 나온 형제나 마찬가지”라며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달라지므로, 한번 생산한 백신은 다음 해에는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화순=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