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게 아니라 내 발자국 소리는 10미터 밖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크다. 낡은 목발에 쇠로 된 다리보조기까지, 정그렁 찌그덩 정그렁 찌그덩, 아무리 조용하게 걸으려 해도 그렇게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깨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흑백을 가리듯 ‘좋은’ 운명과 ‘나쁜’ 운명을 가리기는 참 힘들다.”
2009년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영문학자 장영희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최근 100쇄를 돌파해 기념 에디션이 나왔다. 평생을 따라다닌 장애와 암 투병에도 유쾌하고 당당했던 그가 느껴지는 문장이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