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일본 측 보복 조치로는 주요 품목 수출금지와 함께 관세 인상, 송금 제한 및 비자발급 중지 등이 거론돼 왔다. 어느 것 하나라도 이뤄질 경우 국민감정은 물론 한국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보면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아베 정부는 이뿐 아니라 새로운 지역경제공동체로 부상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한국 가입을 막겠다고 한다. 이런 험악한 대치 국면으로 다음 달 말 열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의 한·일 정상회담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전과는 차원 다른 한·일 간 분쟁 돌입
불필요한 민족 감정 자극은 자제해야
강제집행 피해자 측에서 일본의 새로운 레이와(令和) 시대가 시작되는 어제 날짜에 맞춰 신청을 결행했다는 대목도 개운치 않다. 퇴임한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과 새로 등극한 나루히토(德仁) 일왕 모두 일제강점기 때의 한국 측 피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들이다. 그런데도 굳이 어제 자산 현금화를 시작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일본인의 감정을 자극한 모양새가 됐다.
그나마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면 피해자 측에서 매각명령신청 후에도 “강제동원 기업들과 포괄적으로 협의할 뜻이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지난해 말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터라 길어도 3개월 뒤면 전범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마무리될 게 틀림없다. 이렇게 되면 한·일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의 보복조치가 나오고 여기에 한국 측이 반격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강제동원 피해자 54명이 미쓰비시광업과 스미토모석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정부는 하루빨리 위기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