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통계에 손을 댔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1년 물가 통계를 개편할 때 조사 품목에서 금반지를 쏙 뺐다. 당시는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때였다. 금반지를 뺀 덕에 물가 상승률이 0.4% 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일종의 분식 통계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통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느니 하는 것 등이다.
이번엔 OECD 경제성장률 통계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입방아에 올랐다. 여권은 올해 초 “미국을 제외하면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2.7%)이 OECD 1위”라고 자화자찬했다. 36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프랑스 등 달랑 4개국만 성장률을 발표한 상황에서 한 얘기였다. 지금 와서 밝혀진 실제 성적은 18위다. 사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성장률 2위”란 건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소리였다. 워낙 경제가 어렵다 보니 희망을 불어넣으려고 성마르게 군불 지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통계학자 캐럴 라이트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어떻게 이용할까 궁리한다(Figures don’t lie, but liars figure).”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