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는 해당 캐피털사 대표번호로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또 다른 직원은 A씨와 조금 전 통화했던 상담원과 연결해줬다. 그제야 A씨는 대출상담을 이어갔다. 그는 상담원의 요구대로 ‘잘 사용하지 않는’ 본인 명의 은행계좌의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로 보내줬다.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상담원은 “대출한도를 늘리려면 입·출금 명세가 많아야 한다”고 안심시켰다. A씨는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악성 프로그램이 전화발신 가로채
스마트폰 앱을 통한 신종 사기 수법이었다. 곧바로 분실신고를 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뜻밖에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았다. 전자금융거래법상 통장이나 체크카드 등을 빌려주거나 빌려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같은 법에서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빌려준 체크카드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아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결국 A씨는 지난해 8월 수원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전자금융거래 접근 매체(체크카드)를 양도 또는 양수해서는 안 된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고금리 대출에서 벗어나려는 대환대출 신청이 ‘범죄행위’가 된 것이다. 대가도 없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환대출 신청에 속아 '피의자' 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수법은 크게 ‘대출 빙자형’과 ‘기관 사칭형’으로 나뉜다.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수법까지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스마트폰 원격조종이 가능한 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예금 등 1억9900만원을 빼돌린 사례를 신종수법으로 소개했다. 보이스피싱은 돈을 잃는 문제 외에도 A씨처럼 형사처분까지 받는 억울한 상황까지 몰릴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 "앱 설치요구는 의심해봐야"
보이스피싱 피해 지난해 역대 최고
경찰은 이런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으려 전쟁 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경우 이달 초 2부장(경무관)을 팀장으로 수사·형사·홍보 등 11개 부서가 참여하는 ‘전화금융사기 대응 TF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단속 등에 나섰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린성(吉林省) 공안청과 범죄정보 교환, 양국 연합단속 등 보이스피싱 공동대응 방안에 합의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