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인생 65년, 대표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초연 50주년을 맞은 연출가 임영웅(85)은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9년부터 반세기 동안 ‘고도를 기다리며’를 1500여 회 무대에 올리며 22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 현대연극 대부 임영웅 연출
내달 50돌 기념 전시·공연 잇따라
박정자·손숙·윤석화 거쳐간 그곳
85세 현역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그가 1970년 극단 산울림을 만들고 이어 산울림 소극장까지 개관하게 된 데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이 컸다. 1955년 연극 ‘사육신’으로 데뷔한 임영웅은 1959년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부조리극의 대표적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접했다. 1953년 세계 초연했던 작품이었다. 두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시종일관 얼토당토않은 대화를 나누며 ‘고도’라는 정체불명의 인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다.
초연 성공을 계기로 1970년 극단 산울림이 탄생했다. 창단 멤버로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 배우인 김성옥·함현진·김무생·김인태와 김용림·사미자·윤소정·윤여정·손숙 등이 참여했다. 창단 공연 역시 ‘고도를 기다리며’였다.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검열 대상이었던 시절이었다.
이번 아카이브전에선 1970년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에 대한 문화공보부 장관 명의의 ‘각본등심사합격증’과 장마다 검열도장이 찍힌 당시 대본이 공개된다. 또 1990년 더블린 연극제에 참가해 베케트의 본고장 관객들을 열광시킨 역사도 공연 사진과 팸플릿, 리뷰 기사 등으로 전시된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탄생시킨 극단 산울림에서 그는 아서 밀러의 ‘비쉬에서 일어난 일’, 최인호의 ‘가위 바위 보’,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이강백의 ‘쥬라기의 사람들’ 등 6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1986년 산울림소극장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공연한 ‘위기의 여자’ 이후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담배 피우는 여자’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여성 연극’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연극계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는 박정자·손숙·윤석화 배우가 이들 연극의 주인공을 맡으며 객석 75석의 산울림 소극장을 채웠다.
그는 자신의 연극 인생을 돌아보며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좋은 배우들과 올릴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산울림 극단과 소극장이 계속 좋은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임영웅의 ‘고도’는 어느 정도 일단락 짓게 됐다”며 “앞으로 새로운 ‘고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