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는 미들 킹덤(Middle Kingdom)의 7 왕국이 무수한 칼로 주조한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 세계적인 인기드라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드라마 마지막 시즌 8 방영에 맞춰 패러디 사진을 트위터에 즐겨 올릴 정도다. 영어 ‘미들 킹덤’으로 표기되는 이 시리즈물을 중국의 최고 지도자도 애청함으로써 주요 2개국(G2) 정상 모두 즐겨보는 ‘왕좌의 드라마’로 부상했다.
“눈이 내리고 흰 바람이 불면, 외로운 늑대는 죽지만 무리는 살아남는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 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왕좌’의 대사를 인용했다고 익명의 관리가 SCMP에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혼돈의 전란에 빠진 7 왕국으로변하게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 12일 동유럽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왕좌’를 인용했다. 드라마 속 철 왕좌가 위치한 도시 킹스랜딩의 모델인 크로아티아 항구도시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16+1’ 정상회의에서다. 이 총리는 “우리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협력 공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나라한 노출과 잔인한 살해 장면이 많은 ‘왕좌’는 검열로 악명 높은 중국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장면 모두 삭제된 채 방영허가를 받았다. 중국판 인터넷 기업 텐센트 텅쉰스핀(騰訊視頻)과 위성방송 HBO가 미국과 실시간으로 독점 유료 방영 중이다. 텅쉰의 ‘왕좌’는 시즌 7까지 70편이 총 10억9000만 뷰, 지난 15일 방영된 마지막 시즌 8편만 이미 1억500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격무에 바쁜 시 주석이 ‘왕좌’ 전편을 보진 않았다고 SCMP는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버전’으로 불리는 무삭제 압축 편집본을 봤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즐기는 미드가 왕좌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1월 반(反)부패를 다룬 중앙기율검사위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은 “반부패 활동이 권력쟁취를 위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대권을 위해 벌이는 추악한 권력다툼을 그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즐겨 봤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또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팬이기도 하다. 영화 ‘대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이 그가 선호하는 작품이다. 2012년 2월 국가 부주석 시절 미국을 방문했던 시 주석은 미국 학생의 취미를 묻는 말에 “영화 감상”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묻는 학생 질문에 시 주석은 영어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대답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