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디 국회 합의가 쉽습니까? 그래서 저, 패스트트랙이란 걸 만든 겁니다. 설령 합의를 못 했지만 국회 ‘5분의 3’세력이 찬성하면 인정해야 한다고 본 거죠.
패스트트랙이 뭔 죄인가
국회 난장판 만들지 말고
끝장 TV토론 후 여론 보라
그렇습니다. 선진화법안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민주당이 동의해 빛을 본 겁니다. 새누리당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인기가 바닥일 때라 2012년 4월의 19대 총선에서 질 거라고 봤습니다.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얻으면 마음대로 할 거로 보고 여러 가지 통제장치를 7종, 8종 세트로 마련한 것이죠.
그런데. 막상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그것도 무려 절반(152석)을 넘어서 이겨버리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새누리당의 다수는 약속을 지키려했습니다. 이날 ‘공중부양’ 신공(神功)을 국회에서 시전해 보인 적이 있는 강기갑 통진당 의원도 반대토론에 나섰다가 분위기가 썰렁하자 “아무도 잘했다는 말 안 하시네요”라고 멋쩍어하면서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재석 192명 중 127명이 찬성(반대 48, 기권 17)해서 저, 패스트트랙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2012년 5월 2일 이후 국회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몸싸움이 사라졌고, 예산안은 다소 늦을지언정 비교적 제때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2012년 5월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바로 저, 패스트트랙 때문입니다. 제가 무슨 불법 영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죄인 취급하고 괴물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유감입니다. 당시 운영위에서 선진화법안을 통과시킨 뒤 황우여 원내대표는 “오늘 이 역사적인 과정과 순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그 ‘역사적 순간’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나요? 폭력국회의 자화상이 부끄러운 나머지 의원들 스스로 저와 선진화법안을 만든 것 아닌가요?
제가 문제가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잘못이라고요? 그렇다면 ‘끝장 TV토론’이라도 해볼 일이지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일입니까? 2012년 5월 2일 본회의에서 김성곤 당시 민주당 의원이 강조한 말입니다. “법(法)이란 물 수(水) 자와 갈 거(去) 자의 결합”이라고. 법을 만드는 일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야 모두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사실 많은 국민은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이 야당 말대로 좌파독재 연장을 위한 건지, 아니면 여당 말대로 정치개혁·검찰개혁인 것인지 잘 모릅니다. 몇 날 며칠이어도 좋으니 토론 대결을 해보십시오. 그리고 여론조사 해보면 결론이 날 겁니다. 사개특위 회의장으로, 정개특위로, 의안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바보들의 행진’을 대체 언제까지 계속 할 겁니까.
강민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