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왕 시대 한·일 관계 <상>
최근 일본의 외교안보 관계자를 만났던 권태환 전 주일 한국대사관 무관(예비역 육군 준장)은 “일본 현지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는 일본 당국자들이 있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반한 감정을 자극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들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 1월 자민당의 야마모토 도모히로(山本朋廣) 의원은 한·일 간 초계기·레이더 충돌을 놓고 “도둑이 거짓말한다”고 했다. 일본 집권당의 국방위원장인 그가 자제하지 않고 극한 비난을 입에 담는 게 현재 일본의 기류다. 권 전 무관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한·일 군사 분야에서도 갈등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과거 한·일 갈등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일 초계기 사태 ‘잔불’ 못 꺼
양국 국민 감정 크게 자극할 뇌관
“정치권 이성적으로 해법 찾아야”
양국 간 갈등 현안들이 쌓이면서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풀려면 군사적 갈등부터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군사적 갈등은 자칫하면 양국 각자의 안보에 직결된 사안으로 번지는 데다 양국의 국민감정을 가장 크게 자극할 수 있는 뇌관이기 때문이다.
한·일은 현재 초계기 사태 해결을 위한 실무급 논의를 물밑에서 이어가고 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방위상은 이와 관련, “한·일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함께 찾는 게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고 권 전 무관이 전했다. 이와사키 시게루(岩崎茂) 전 통합막료장(합동참모의장)도 “정치적으로 좋은 상황이 아닐 때에도 한국군과 자위대는 대화 등은 계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군사적 갈등을 더 키우면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양국 정치권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치가 국민감정에 불을 지피고 기름을 끼얹으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