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가 조사 과정에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씨는 그동안 조사에서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과 비슷한 것 같다고만 밝혀왔다. 윤씨는 또한 해당 동영상을 자신이 직접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중천 "별장 동영상도 내가 촬영"
윤씨는 2007년 11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찍힌 성관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과 김 전 차관이라는 점 역시 인정했으나, 성범죄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윤씨 조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사진을 확보했다.
2006∼2008년 두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A씨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이 사진을 확인한 뒤 “사진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남성 2명은 김 전 차관과 윤씨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 수사에서도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에 의해 강간과 폭행, 상습강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던 피해자들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확보한 뒤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당시 녹취록 등에서 자신을 피해자라 주장한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지는 대화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의 진술이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유의미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수사단 "동영상 확인과 범죄 혐의 입증 별개"
실제 성폭력 혐의가 입증될지라도 공소시효 문제가 남는다. 수사단은 사진·동영상이 2007년 12월 이전에 찍혔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수강간 혐의는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 이후 벌어진 사건만 기소할 수 있다.
성범죄 관련 진술이 명확하고 동영상·사진 등 관련 증거의 등장인물이 특정된다 해도 2007년 12월 이후 특수강간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윤씨가 A씨 주장처럼 2008년 1∼2월 A씨의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성범죄가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혐의에 대해 입을 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는 이미 경찰·검찰에서 여러 차례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그 과정에서 원주 별장 동영상 촬영 시점을 2007년 8∼9월에서 2007년 12월, 2008년 1∼2월 등으로 번복하기도 했다. 아직 사실관계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윤씨는 단 한 번도 김 전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관련 진술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이번 진술은 공소시효에 쫓기는 수사단에겐 윤씨의 입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수사단은 이날 윤씨를 대상으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도 확인할 예정이다. 그동안 김 전 차관은 별장에 간 사실이 없으며, 윤씨를 알지 못한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김민상·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