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바이든은 “(버지니아) 샬러츠빌은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문건(독립선언문)의 작성자 토머스 제퍼슨의 고향”으로 시작하는 3분 29초 분량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이념ㆍ정책보다 단 한 명을 꺾기 위한 출마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였다.
탄핵 찬반, 세대교체, 진보·중도 경쟁,
트럼프 상대로 당선 가능성 최대 변수
6월 TV 토론, 내년 2월 아이오와 경선,
3월 3일 슈퍼 화요일 민주당 후보 윤곽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진리를 우리는 항상 지키며 살지는 못하지만, 결코 포기한 적은 없다. 2017년 8월 인종차별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 신나치주의자들이 이에 맞선 30대 용감한 여성을 폭력적 차량 충돌로 숨지게 했을 때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가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고 이 나라의 양심에 충격을 줬다. ‘양측 모두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바이든은 “증오를 퍼뜨리는 이들과 반대하는 용감한 사람들을 도덕적 등가성을 부여하는 말을 듣는 순간 내 평생 보지 못했던 이 나라에 대한 위협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나라의 정신을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트럼프에게 백악관에서 8년을 준다면 그는 영원히, 근본적으로 국가의 성격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다른 민주당 주자들이 좌파로부터 애정을 얻으려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하는 것과 달리 바이든은 정책과 이념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안정되고, 성숙한 인물임을 부각해 유권자 지지를 얻으려 한다”고 평했다.
바이든 자신을 포함해 경선 주자만 20명에 달하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에 트럼프를 상대로 확실한 당선 가능성(electability)을 우선 부각한 셈이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어 버니 샌더스(77) 상원의원과 카말라 해리스(54), 엘리자베스 워런(69) 상원의원 등 진보 유권자층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전통ㆍ중도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동성애자 대선 후보로 최근 3~4위권으로 부상한 피터 부티제지(37)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우선 진보의 상징인 샌더스 지지층을 겨냥하고 있다.
초반 경선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찬성 여부, 단일 국민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과 무상 대학, 탄소 제로 그린 뉴딜 등 진보적 공약 찬성 여부나 세대교체 등이 꼽히고 있다.
당장 트럼프 탄핵을 놓고 워런ㆍ해리스 상원의원과 줄리언 카스트로 전 주택 도시개발부 장관은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바이든을 포함한 나머지 주자들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여론조사 상 양강인 바이든과 샌더스가 70대 후반, 펠로시 하원의장과 같은 ‘침묵의 세대’이자 과거 뉴딜 민주당 기성 리더십을 상징하는 세대지만베토오루크(46) 전 하원의원, 코리 부커(49) 상원의원 같은 X세대, 부티제지와 툴시가버드(38) 하원의원 등 밀레니얼 세대까지 도전장을 내밀어 극명한 세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현직 공화당 대통령에 도전했던 지난 2004년 민주당 경선 때처럼 누가 트럼프 재선을 저지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2004년 진보적 하워디 딘 버몬트 주지사가 초반 경선 돌풍을 불렀지만 결국 민주당 지지자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도전자로 존 케리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윌슨센터 방문학자)는 “연말까지 대여섯 차례 TV 토론회에서 경선주자중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지 않고 응수할 능력이 있느냐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초반 예상대로 바이든과 샌더스 2파전으로 갈지, 새로운 바람을 타고 부상하는 후보가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미 선두 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시작됐고 내년 초 경선을 시작한 뒤에도 치열한 공방전이 지속된다면 결국 현직 대통령 트럼프에게 유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