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에서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세를 대폭 내리겠다"며 부족한 세수는 정부 지출과 조세감면을 줄여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프랑스는 이웃 나라들보다 덜 일한다.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르주르날뒤디망슈는 마크롱 정부가 20여년 전 도입된 주 35시간 근로제를 고쳐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공휴일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국립행정학교 폐지 등 '노란 조끼' 대책 발표
부유세 부활 거부, 주35시간 근로제 변화 제안
르몽드 사전조사서 4분의 3 "상황 개선 힘들어"
BBC "마크롱 타깃은 노란조끼 아니라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요구해온 국민투표 확대에 대해서도 마크롱은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요구해온 부유세 부활은 거부했다. 그는 “부유세 축소는 부자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투자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미 취한 조치도 부유세 폐지가 아니라 완화였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에 부유세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마크롱 정부는 노란 조끼 시위가 격화하자 지난해 말 유류세 인상 철회,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완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카드를 내밀었다. 이후 진행된 ‘국가 대토론' 기간 동안 시위가 잠잠한듯했으나 이후 매주 토요일 전국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계속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발표가 마크롱의 정치적 상황이 개선될지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분석해왔다. 르 파리지앵은 ‘진실의 순간'으로, 르 피가로는 ‘마크롱의 국가에 대한 결정적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견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일부 폭력적으로 변하고 반유대주의, 반동성애 사건 등으로 번졌다면서도 “정당한 요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진행 중이고 국가에 필요한 변화는 중단돼선 안 된다"며 정상으로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AFP 통신은 마크롱이 프랑스 국민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르 몽드가 입소스-소프라스테리아에 의뢰해 사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 가량이 이 같은 과정으로 정치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여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주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집권 후 2년 간 해온 것을 멈춰야 하는지,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온 것인지 자문해봤는데 그 반대였다"며 “그동안 해온 방향은 옳았다"고 말했다.
BBC는 “장시간 회견을 통해 전해진 마크롱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지금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강경한 노란 조끼 시위대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마크롱의 타깃은 그들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였다"고 풀이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이후 대기업 등이 하루 만에 거액을 기부하자 시위대 등은 “대성당 화재는 안타깝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인색하던 부자들이 그런 거금을 쏟아내느냐. 세금 감면 혜택 때문이냐"고 반발했다. 마크롱이 풀어야 할 숙제가 회견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