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올해부터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A씨처럼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꺼려해 실제로 학교를 옮기는 교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500명 가까이 돼서다. 교사인 부모와 학생인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막는 상피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영 의원 '교원·자녀 동일학교 현황' 공개
전국 고교 294곳에서 교사·자녀 함께 다녀
시교육청 "상피제 적용 현실적 한계 있어"
교육부 "사립학교 적용 위해 법 개정 추진"
지난해와 비교해 자녀와 같이 다니는 교사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지난해 100곳의 고교에서 190명의 교사가 자녀와 동일 학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올해 9곳, 15명으로 줄었다. 자녀가 졸업하거나 전학을 간 경우가 60명, 법인 내에서 전보가 이뤄진 게 52명, 법인이나 공립학교로 파견을 간 교사가 15명 등이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상피제를 모든 고교에 적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립학교는 교사 인사권이 학교법인에 있어 정부에서 상피제를 강제할 수 없고, 법인 내 학교가 한 곳뿐이라 이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농어촌 지역은 일반고가 지역 내에 한 곳밖에 없는 곳이 많아 상피제를 적용하면 교사나 자녀가 다른 시·군으로 전근이나 전학을 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해영 의원은 “지난해 숙명여고 사태가 발생해 학사관리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상피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사립학교 참여를 확대하고, 농어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정자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5~6월 중 초·중등사단법인연합회와 상피제 적용 관련해 법인 내 전보나 법인 간 교류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사립학교 교사가 공립학교나 다른 사립학교로 파견이 가능하도록 사립학교법과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자녀가 동일학교에 근무할 경우에도 교사가 학급 담임이나 교과 담당, 시험 문제 출제나 검토 등의 평가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