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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위탁 생산 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의 모기업이자 '대만의 삼성'으로 불리는 홍하이그룹의 회장 궈타이밍이 대만 총통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궈타이밍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꿈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대만 해협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나서라는 바다의 여신 '마주'의 계시를 받았다"며 "신의 뜻을 받들어 내년 1월에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출마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국내 한 전자부품 전문 매체는 '샤프, 삼성전자에 다시 패널공급 제의했으나 거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폭스콘의 자회사인 샤프가 올해 초 삼성전자에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다시 공급하고 싶다고 제안했으나 삼성이 이를 거절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과 샤프의 악연은 지금으로부터 2년 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샤프 입장에서도 삼성은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거래처였다. 샤프는 2015년 한 해 동안 30인치, 32인치, 40인치 등의 중형 패널 약 500만 대를 삼성에 공급해왔다. 샤프의 연간 생산량 50% 가량을 삼성이 사들였던 셈이다. 샤프가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13년 3월에는 삼성이 구원 투수로 나선 적도 있었다. 삼성이 샤프 지분 3%를 사들이며 자금난을 겪던 샤프의 숨통을 틔워줬던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샤프는 왜 삼성에 등을 돌렸던 것인가. 바로 궈타이밍 때문이었다.
2016년 3월, 샤프를 사들인 홍하이 그룹은 샤프와 삼성의 LCD 패널 공급 계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샤프 입장에서는 새 주인의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생산량의 절반을 팔아주던 알짜배기 거래처와의 인연을 한 순간 끊어버린 셈이다.
그런데 궈타이밍이 2선으로 퇴진한다는 소식과 함께 샤프가 삼성에 다시 구애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궈타이밍의 눈치를 보던 샤프가 다시 삼성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게다가 삼성은 이를 거절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자 샤프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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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메이드 인 재팬'의 상징과도 같았던 일본 미에현 가메야마 샤프 공장은 이제 애플의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하청 기지가 돼버렸다. 홍하이는 샤프를 통해 중소형 OLED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홍하이는 그룹에서 유일하게 반도체를 생산하는 샤프의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약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착공하기로 했다. 10%대에 불과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때 '액정 화면의 명가'였던 기업은 중국을 위해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다. 샤프라는 기업 자체의 성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 채 말이다.
차이나랩 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