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봉쇄하기로 하자 중국이 즉각 날을 세웠다. 이란과의 거래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란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세계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의를 앞둔 양국간 무역 협상에 갈등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그러자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당장 타격을 받게 될 중국이 먼저 발끈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과 이란의 양자 협력은 투명하고 합법적이므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에 개의치 않고 이란산 원유를 계속 사들이겠단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뉴스1]
美 이란 원유 제재 예외 없어…中 “투명·합법적 협력 존중받아야”
해빙 무드 접어든 미중 무역전쟁 갈등 요인…“협상카드” 전망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대이란 수입액은 13억 달러(약 1조4800억원)였는데 절반 이상인 8억6600만 달러가 원유 수입에 기인했다. 3월에도 이란산 원유를 하루 평균 61만3000배럴 사들였다. 통신은 “이란 정권은 중국이 미국 제재를 무시할 것이며 심지어 무역의 경우 규모를 더 증가시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량 원유를 대체할 방안을 찾지 않고선 미국 재부무의 금융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과 교류하는 어떤 국가나 기업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에너지정책관이었던 제이슨 보르도프는 중국이 이란 원유 수입을 빠르게 줄이지 않을 경우 미국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해빙 무드에 접어든 무역 전쟁에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쉬 로긴은 “중국이 트럼프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양국 관계 긴장을 야기하고 무역 같은 다른 문제로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도 “이란 제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민감한 시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중국과 가장 중요한 무역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잠식하고 있다”고 썼다. 매체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체포 사건에서 보듯 원유 문제가 회담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한편 이란의 원유 구매 5대국가인 터키도 반발하고 나섰다. 메블뤼트 차우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일방적 대이란 제재와 이웃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지 강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결정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도움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이 이란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면서 이란 제재에 동참을 거부할 경우 국제유가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