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유조선이 연방수사국(FBI)에 넘긴 자료도 돌려줬는데, 이런 조치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의도만 따져볼 때가 아니다. 미국이 체포에 나선 이들은 미 국적자이거나 영주권자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 외에 샘 류가 한국계 미국 국적자라고 밝혔다. 세 명 외에 스페인 당국이 신원을 확인한 나머지 가담자는 모두 한국 국적자다.
수사 한 달여 만에 스페인 당국은 이들의 행적을 손금보듯 파악했다. 어디에 묵었으며, 돈은 어떤 신분증을 가진 누가 냈는지까지 알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을 들고 날 때 이들이 사용한 여권 정보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법원이 홍 창과 샘 류에 대해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는데, 크리스토퍼 안도 체포된 것을 보면 나머지 인원도 쫓기는 신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대사관 습격 후 이들은 모두 미국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 국적자들은 체류 기간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입국하면 한국 정부도 체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에도 문서를 공개하는 스페인 당국이 한국 정부에 정보를 주지 않았을 리 없다.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담겼으니 정보당국은 이미 이들의 신원을 파악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신병 처리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민감한 문제다. 스페인으로서는 자국 내 해외 공관을 침입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유조선의 습격을 영웅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불필요한 찬반 갈등을 줄이려면 정부가 해당 사건의 성격을 서둘러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성탁 런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