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즙에서 검출된 곰팡이로 위기를 맞은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와 같은 형태의 사업자를 부르는 용어는 다양하다. 이중 다소 비하적으로 들리는 ‘팔이’가 널리 쓰인다. 요즘 이 동네가 소란스럽다. 임블리는 호박즙 곰팡이 사태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다른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임블리가, 팔이가 도대체 무엇인데 이 난리일까. 왜 문제 제품 환불로 매듭지어지지 않을까.
‘곰팡이 호박즙’ 계기로 본 실태
제품 입소문 내다 판매자 된 팔이
사생활 노출 마케팅으로 친근감
연매출 1700억 임블리 성공사례
마약혐의 황하나도 판매자 활동
일부 팔로워는 추종세력 ‘시녀’로
물품 불만에 안티 ‘까계정’ 되기도
이를 통해 축적된 팬심을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인스타 장터의 동력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명이 확보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모바일 쇼핑 거래의 한 조각만 차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처럼 큰 돈 들이지 않고 인스타에서 ‘중박’만 터뜨려도 괜찮은 저비용, 고효율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대신 피도 눈물도 없는 레드오션이다. 물건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대부분 동대문)이라 품질이나 제품 차별화는 쉽지 않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유명 브랜드 카피 제품, 묻지마 건강식품이 난무한다. 돈만 되면 무엇이든 가져다 팔다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팔이에게 사생활 공개는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된다. 성장 과정, 가정 환경, 우정, 실패와 성공, 연애와 이별, 육아, 결혼생활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생활은 낱낱이 공개된다. 공개된 정보가 사실인지는 무관하게 소비자는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이가 아파서 먹였다는 건강식품, 판매자가 피부 트러블에 직접 써 효과를 봤다는 화장품, 매일 해 먹는 요리 정보를 보다 팬이 된다. 팬 중에는 일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판매자를 믿는 추종자가 된다. 다른 곳에서 훨씬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이라도 꼭 좋아하는 판매자에게서 산다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와 대리전을 치르기도 한다. 이런 이들에게 ‘시녀’라는 비하적 명칭이 따라붙는 배경이다.
황씨 역시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서 판매자로 활동해왔다. 재벌가 자손이라는 캐릭터로 팔로워 20만명을 확보, 화장품과 레깅스 등 의류를 팔아왔다. 체포 당시 입은 옷도 자신이 판매하던 제품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일부에 대해서 사과문을 올리거나 사과 방송을 한다. 이런 뒤에도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고소, 인스타 계정 댓글 창 닫기 등을 반복하면서 사업은 이어간다.
임블리 까계정 ‘시발블리임’을 운영하는 A씨(30대 회사원)는 “10년 전 임씨의 따따따(여성 쇼핑몰) 모델 시절부터 팬이었고 임블리가 생기면서 초창기 가입 멤버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A씨는“유명해지면서 어느 순간 가격이 올라가고 불량에 대해 문의를 해도 대응도 제대로 안 해 크게 실망했다”며“특히 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많았다는 제보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까들은 입을 모아 ‘마치 가족이나 친구한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창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는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가 돈을 받는 것을 알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적 신뢰를 기반으로 구매한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어떤 때보다 분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병관 광운대 심리학과 교수도 “인스타 셀러는 얼굴을 내세워 마케팅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제품의 하자를 인플루언서의 도덕성의 문제라고 생각해 분노가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소셜미디어 쇼핑…이용자 28%가 피해 경험
임블리 호박즙 사태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유통이 성장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이 시장은 확대되고 있어 유사한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지난 1일 발표한 전자상거래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쇼핑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28%가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불·교환을 거부하거나 판매자가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 관련 법 위반 행위 감시한 결과에서도 거래량이 급증한 소셜미디어 마켓 판매자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법 위반 행위 제보 1713건 중 소셜미디어 마켓 관련 제보가 879건에 달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교환·환불 거부가 빈번했다.
소셜미디어 마켓에서는 “‘호갱’이 악덕 팔이를 만든다”는 말이 통한다. 판매자는 아무리 친밀하게 느껴져도 어디까지나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다.
조창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는 “소비자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자각을 키워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현명한 소비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서울시가 지난 1일 발표한 전자상거래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쇼핑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28%가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불·교환을 거부하거나 판매자가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 관련 법 위반 행위 감시한 결과에서도 거래량이 급증한 소셜미디어 마켓 판매자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법 위반 행위 제보 1713건 중 소셜미디어 마켓 관련 제보가 879건에 달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교환·환불 거부가 빈번했다.
소셜미디어 마켓에서는 “‘호갱’이 악덕 팔이를 만든다”는 말이 통한다. 판매자는 아무리 친밀하게 느껴져도 어디까지나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다.
조창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는 “소비자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자각을 키워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현명한 소비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전영선·최연수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