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시절 러시아와 총 4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 중 3차례의 회담 대상이 푸틴 대통령이다.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이 처음 평양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김정일 위원장이 이듬해 8월 모스크바를 답방해 푸틴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2002년 8월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푸틴 간 3차 회동이 성사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그로부터 9년 뒤인 2011년 8월 마지막으로 러시아를 찾았는데 당시엔 푸틴이 아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푸틴은 총리였다.
김정은, 2002년 김정일의 블라디보스토크 루트 따를까
대를 이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의 길'을 따를지도 관심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특별열차로 평양을 떠나 4박 5일의 일정 중 사흘째 정상회담을 제외하곤, 수호이 전투기 공장과 극동군구사령부 등 군사시설과 휴양지, 산업시설을 둘러봤다. '7·1조치'로 불리는 경제관리개선 조치 직후 러시아를 찾아 경제현장 방문에 방점을 둔 모양새였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후 첫 방러 길에 참관을 통한 지루함을 달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일본 NHK 방송 등은 김 위원장이 방러 기간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린스키 발레단 극장, 극동지역 최대 수족관 등을 시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결렬(2월 말 베트남 하노이)된 직후라는 절박함으로 인해 참관보다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가스관과 철도 연결, 전력 지원 등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들 사업은 2002년 김정일-푸틴 간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졌던 사안으로, 재집권 뒤 또 대를 이은 사업 논의라는 점에서 관심이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남과 북,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사업은 김정일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논의를 시작해 2011년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이라며 “대북 제재로 당장 재개할 순 없어도 향후 제재 완화를 전제로 김 위원장과 푸틴 사이에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로서도 8년 만에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인 만큼 북한에 줄 선물 보따리를 고민할 것”이라며 “제재 결의안에 따라 올 연말 송환해야 하는 북한 노동자 문제에 있어제재를 회피해 노동자 체류를 보장해주는 방안을 적극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