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IS 소행인가…290명 앗아간 '부활절 참사' 무얼 노렸나
인구 2100만의 인도양 소국 스리랑카에서 발발한 연쇄 폭발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과 비탄에 휩싸였다. 이튿날인 22일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90명에 이른다. 대부분 현지인이지만 미국·영국·중국·일본·덴마크·터키 출신 외국인 30여명도 희생됐다고 스리랑카 관광개발청이 이날 밝혔다. 자살폭발 공격이 벌어진 8곳 중에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수도 콜롬보 시내 5성급 호텔 3곳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뉴스분석]
스리랑카 정부, 2016년 IS 합류 자국민 32명 집계
용의자 13명 체포…글로벌 테러단체 연계 가능성
특히 테러가 벌어진 게 기독교의 주요 축일인 부활절이란 점에서 수니파 급진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결짓는 목소리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공격이 크리스마스·부활절에 이집트 카이로와 이라크 바그다드 등에서 성전(聖戰)을 독려했던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은 소수(인구의 9.7%)지만 2016년 정부는 32명의 스리랑카인이 IS 합류를 위해 시리아·이라크 등지로 떠났다고 집계했다. 이들 중 일부가 귀환해서 자국 내 급진주의자들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 더타임스는 “규모나 정교한 공격 패턴에서 (IS 베테랑으로부터) 훈련받은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동에서 패퇴한 IS가 전 세계 이슬람 신도 18억명 가운데 61%가 밀집(2015년 기준)한 아시아·태평양 일대에 또다른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경고는 계속 나왔다. 지난 2017년 필리핀 마라위 사태를 일으킨 ‘아부 사야프’를 비롯해 이 지역 60여개 무장단체가 IS 깃발 아래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옥스퍼드 리서치 그룹’은 포스트-칼리프 시대 IS의 진로를 전망하면서 이들이 알 카에다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서 게릴라식 테러를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IS가 아니라도 훈련된 테러 조직이 스리랑카 공격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푸쥐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에 의한 자살 공격 가능성을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고 관계자들에게 통첩한 바 있다. NTJ는 불상 훼손 사건 등으로 작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급진주의 단체다. 다만 대테러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격 규모가 NTJ를 넘어선다며, 파키스탄 급진 무슬림에 의한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168명 사망)처럼 인접국가 간 네트워크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1일 "테러 단체들이 스리랑카에서 테러 공격 모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국 여행자의 경계를 당부하는 '경계 강화'(Exercise increased caution) 조치를 내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