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반지 6개' 양동근, "대성이가 발가락까지 끼워준대요"

중앙일보

입력 2019.04.22 08:48

수정 2019.04.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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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한 현대모비스의 양동근이 골대 그물을 자른 후 자녀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대성이가 우승반지를 발가락까지 끼워준다고 하더라."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반지의 제왕' 양동근(38)이 웃으며 말했다.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챔프전 우승 견인
플레이오프 개인통산 최다 6회 우승
프로 입단 때까지 오랜 무명생활
"경쟁력 있을 때까지 뛰겠다"

양동근은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2018-19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3점슛 2개 포함 12점을 기록하며 92-84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양동근은 39-43으로 뒤진 3쿼터 초반, 3점슛과 연이은 돌파로 5점을 몰아쳐 경기를 뒤집었다. 현대모비스는 4승1패를 기록, 통산 7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양동근은 이번 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빛났다. 1차전 95-95로 맞선 종료 6초전 결승 3점슛을 터트렸다. 양동근은 4차전 84-88로 뒤진 종료 1분07초 전에는 추격의 3점포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2004년에 프로데뷔한 양동근은 개인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추승균(5회)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최다 우승선수가 됐다. 손가락 여섯개에 반지를 낄 수 있게 됐다.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5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모비스가 승리해 챔피언에 등극했다. 모비스 양동근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뉴스1]

양동근은 "또 하나의 별을 따게돼 정말 좋다. (이)대성이가 우승 반지를 발가락까지 끼워준다고 하더라. 한 번 기대해보겠다"며 웃었다.  
 
양동근은 김승현이나 이상민 같은 재능을 갖지는 못했다. 현재 키가 1m81㎝인 양동근은 용산고 시절엔 1m68㎝에 불과했다. 1년 후배 이정석이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양동근은 벤치에서 박수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릴적부터 온가족이 단칸방에 살만큼 가난했던 양동근은 절박함과 독기로 농구를 했다. 최고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모비스에 슈팅가드로 입단한 양동근은 이후 포인트가드로 전향하며 많은 고생을 했다. 유재학 감독의 지적사항을 메모한 뒤 방 벽면에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최고 야전사령관이 됐다.
 
양동근은 "우승을 많이 했지만 내가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코트에 나서는 5명 중 한 명이고, 베테랑으로 밸런스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발목을 다쳐 한달간 결장했다. 양동근은 "복귀 못하면 어쩌나 싶었다. 내가 10년, 15년 전처럼 뛴다면 반칙이다.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 종료 후 우승을 확정 지은 현대모비스 함지훈과 양동근이 이대성을 끌어안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후배 이대성은 "동근이 형은 올타임 넘버 원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우승과 MVP 횟수가 증명해준다. 저 나이에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 역시 "예전에는 중간에도 마무리도 해줬는데, 요즘엔 마무리만 한다”고 농담을 건네 뒤 “업어줘도 시원찮을 판"이라고 칭찬했다.  
 
양동근은 1981년생, 한국나이로 39세다. 그는 기자회견에 동석한 아들과 딸을 바라보면서 "당장 내일도 모르는데 미래를 어떻게 알겠나. 아들이 자기가 프로선수될 때까지 뛰라는데 그건 무리일 것 같다"면서도 "경쟁력 있을 때까진 계속 뛰겠다"고 말했다. 
 
울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